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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 잠실역 꼭대기에 있다.
네모난 방의 네면중 마주보고 있는 두면은 유리와 창으로 뒤덮여 있어서 꼭 열려있는 상자 같다. 나머지 벽 두면중 한쪽에 문이 있어, 문열고 들어오면 두면의 창이 보이는 구조다.


처음에 이사를 왔을 때는
정말 이 엄청난 장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이 거대한 창으로 뒤덮인 방의 효과를 최대화 시키기 위한 여러 각도를 고심해서 침대를 거대한 창틀 바로 옆으로 배치했고, 실제로 침대에 누워 왼쪽밑을 바라보면 잠실역 사거리에 몸을 던지는 느낌이 나 오싹한다. 

침대에 누워서 잠실역 사거리를 바라보다 보면
사거리를 지나가고자 벌써 몇번째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엄청난 교통체증이
사실은 백화점 입구를 못찾아 헤매고 있는 단 한대의 자동차 주인장의 어리숙함때문을 알 수 있고,
 남쪽으로 가는 차들 중  운이 좋은 무리들은 9개의 신호등이 모두 파란색일때 지나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엄청난 창이 뒤덮고 있는 방에 살면서
신이나서 왕창 들떠있던 나는 또 예상밖의 일들과 부딪히게 되었다.

첫번째는 더위에 약한 L 양의 방문이 부쩍 줄었다는 것이다.
11월이 끝나가는 와중에 내방은 아직 한번도 난방을 틀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예상으로는 12월 그리고 1월에도 내방은 난방을 틀지 않을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내가 하도 자랑을 해댔던 우리 동네 배달치킨을 시켜먹으러 L양이 집으로 행차했고, 우리는 치킨에 맥주를 먹고 마시고 (♡) 쏟아지는 잠을 내리맞기 위해 내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저녁 5시.

나는 따뜻한 침대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고 잠자기 전 약 8분간 따땃하게 가열을 하고는 전원을 끄고 자곤 한다.

그래서 오늘도 당연히 전기장판을 잠깐 켰다 끄고 잠에 들었는데, 약 3~40분 뒤부터 L양의 호흡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방에 들어와 있던 태양열과 침대의 따땃한 기운사이에서 그녀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던 것이다....11월 저녁 6시에...난방 안한 방에서!!!

우리는 결국 ... 창문을 열고나서야 7시까지의 행복한 낮잠을 즐길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여름에는 아예 내 방을 시원하게 만들 생각조차 할수 없다.
집안에 에어컨을 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내방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내방을 시원함에서 고립시켜버리는 것이 전기절약의 첫걸음이다. 


이런 온도적 이유때문에 내방은
거의 매일 커텐이 쳐져 있는 상태다.

그래서 잠이 들면서 잠실역 사거리를 바라보는 날도 자연스레 줄게 됐다. 

하지만 요새는 침대 발치에 바로 붙어 있는 화장대겸 책상위에 있는 잡동사니를 잠자기 전에 애용하기 시작하면서 - 책상위에는 MP3가 연결되는 스피커, 노트북, 책무더미, 핸드폰 충전기, 움직이지 않는 자명종시계 등등이 있다
침대 머리맡에 발을 놓고 발치에 베개를 놓고 자는 형태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중요한건 내가 요즘 잠자기전 스피커를 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꾸 새 곡을 집어넣기만 하고 빼지를 못하는 MP3안의 노래를 솎아 주기 위해 
(몇달전 글로 쓴것 같지만...이젠 새 음악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ㅠㅠ)
'Best가 아닌 노래는 빼버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 
음악들으면서 자는 생활이 되버리고 있어, 다시 잠실역 야경을 보며 잠들기로 한것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좀 서정적인 새벽을 보낼 수가 있어졌다.
그리고 창문을 뒤덮고 있는 커텐을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볼수 있겠금.
결국 약 4개월만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하하하 
하루에도 몇십가지 버전의 꿈을 꾸게 됐다..  ..꿈의 내용이 갑~자기 바뀌곤 하는데 그때마다 꿈속의 색깔도 바뀌고  내 감정도 싹 바뀌는것이.. 꿈 안에선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는데, 깨보면 새로운 BGM이 깔리고 있다...


오랜만에 바라보고 있는 내방의 창밖은
사실 지금봐도 너무 좋다. 어짜피 한두달이면 이사가니까 지금 한창 봐둬야 한다.
까먹지 않게. 스피커를 새로 가져다 놓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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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양 2008/11/30 0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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